공지영 소설 원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소설이 원작인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일명 우. 행. 시
대개 원작인 소설 또는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원작에 비해 평이 좋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한 것이 소설책은 원고를 읽으며 사람마다 디테일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고 인물과 배경에 대해 상상하며 읽는 반면, 영상은 시청각을 통해 한 번에 받아들여지는 완성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 본인이 생각했던 거에 비해 시시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나의 경험으로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으로부터도 대부분 전자의 후기를 많이 접해왔다.
아픈 모습이 서로 닮은 둘
유정과 윤수 그 둘은 너무나도 닮았다. 누구나 부러워할 재력에 교수직까지 하고 있는 유정은 추운 겨울, 극단적인 시도를 하는데 이번에도 실패에 이른다. 그녀는 정신병원 대신 모니카 수녀 고모에게 붙들려 고모가 봉사하는 교도소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사형수 윤수를 만나며 그 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윤수의 떠난 동생이 좋아했던 가수 문유정
윤수가 모니카 수녀에게 더 이상 면회하러 오지 말라며 면박 주는 모습을 유정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기가 찰 노릇이다. 한 편 윤수는 만남의 방에 수녀 말고도 젊은 여자가 있다는 것에 호기심을 가졌고 그 여자가 다름 아닌 윤수의 죽은 동생이 좋아했던 가수 문유정이란 사실에 그녀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픈 모습이 서로 닮은 둘
많은 재력을 갖고 좋은 직장을 가진 유정과 늘 가난하고 불행했던 사형수 윤수.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달라 보였지만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것은 닮아있었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모진 말을 하며 경계하지만, 그들은 이내 서로가 닮아있음을 알게 되고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사이가 된다.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행복한 시간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유정의 수치스러운 일들을 윤수가 귀담아들어주고 눈물까지 흘리며 그녀를 위로한다. 그리고 유정은 윤수의 불행했던 삶과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 또 슬퍼한다. 비로소 유정과 윤수의 삶은 죽음이 아닌 살아있어서 서로를 볼 수 있음에 행복을 느끼는 나날을 보낸다.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주일에 3시간씩 주어지는 그 둘의 시간은 점점 짧게 느껴지게 되고, 윤수는 매일이 목요일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보 같은 말을 내뱉으며 유정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형수인 윤수는 유정과 함께 봄을 맞이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사랑, 그 숭고한 일
내가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리며 본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보고 보고 또 봐도 가슴이 먹먹해서 미칠 지경이고, 음악은 또 왜 그렇게 심장을 후벼 파는지 그냥 이 영화는 찬란하게 아름답고 아프다. 오직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던 두 남녀가 만나 서로에게 살아갈 이유를 안겨주고, 또 운명이 그것을 앗아가고...
이 영화는 나 또한 만남의 방에서 그 둘의 '진짜 이야기'를 함께 귀 기울여 들으며 울고 웃고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되는 영화다.
영화를 더 재밌게 보기
영화를 감상할 때 배우의 섬세한 내면연기 즉, 감정선의 변화 등을 유심히 살펴보면 영화에 더 몰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야기 구조와 흐름을 보고, 음악과 계절이 주는 분위기를 느껴본다면 이 영화를 훨씬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네티즌 평점은 남자, 여자 모두 8점대로 성별 호불호 없이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이 영화를 가장 만족한 세대는 10대로써 9점대의 점수를 받았고, 그다음으로는 40대, 20대, 50대, 30대 순이었다. 나도 이 영화를 10대인 고등학생 때 처음 접했는데,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해마다 생각이 나서 찾아볼 정도니 이 영화는 내 삶에서 꽤 차지하고 있는 영화다.
공지영님의 책도 구입해서 읽어봤다.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이 책으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영화를 몇 번을 보고 나서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책도 너무나 재밌게 잘 읽혔다. 나처럼 이 영화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도 실망하지 않고 잘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